갯벌은 바다와 육지가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들판이다. 물이 차거나 빠짐에 따라 끊임없이 지형 변화가 일어나는 유동적 경관이며, 약 1000여 종의 생물종이 협력하고 공존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또한 갯벌은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는 경계이기도 하다. 인간의 간척 인프라와 통제 이데올로기가 자연의 지속적인 변화와 경합하는 땅이며, 재생에너지의 원천이자 기후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희망과 위기의 시험대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원형적 풍경의 하나이자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 유산인 갯벌을 재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을까? 갯벌을 경계 혹은 가장자리 공간이 아니라, 유연하고 변화무쌍한 테리토리로 인식할 때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상상하고 구축할 수 있는가? 본 심포지엄은 건축, 조경, 문화, 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초대해 혼종의 풍경으로서 갯벌이 지닌 다층적 층위를 드러냄으로써 인간과 비인간, 도시와 자연, 문화와 자연을 잇는 협력의 지평을 모색한다.
갯벌, 사람, 이야기 / 김창일 학예사
갯벌은 다양한 생물의 생태적 고리이자 바닷가 사람들의 생업 공간이다. 어민들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예로부터 어살, 독살, 해루질 등을 이용해 갯벌에서 생업 활동을 해왔다. 갯벌은 풍요롭지만 얼마나 위험한 공간인지 어민들은 알고 있다. 갯벌에서의 다양한 생업과 갯벌에 대한 공포감이 만들어 낸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창일은 경남 남해군 창선면 출생으로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국문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연세대학교 한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연세대 축제문화연구센터 전문연구원, 동아대 석당학술원 특별연구원, 부산경남민속문화연구소 소장,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로 활동 중이다.
조개류가 되기 / 쿠킹 섹션즈 아티스트 듀오
조간대는 해안 지역의 생태적, 법적, 재정적 한계에 도전하는 경계 공간이다. 습지 배수와 해양 오염이라는 새로운 인위적 계절에 의해 형성되면서, 크기와 화학성이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곳이다. 기후 붕괴를 대사하는 방법을 조사하는 프레임워크인 CLIMAVORE에 따르면, 이러한 해안 공간은 위험과 사회 보장, 이익과 오염 투쟁, 지질학적 과정과 기상 현상 사이, 사용되는 것과 거부되는 것 사이의 핵심에 위치한다. 스카이와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두 가지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쿠킹 섹션즈는 기후 위기에서 식량 인프라를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추적한다.
쿠킹 섹션즈(Cooking Sections)는 특정 장소를 반영한 건축적 설치물, 비디오,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2015년부터 진행 중인 프로젝트 〈Climavore〉는 스코틀랜드의 연어 양식장으로 파괴된 주변 환경이 발생시키고 있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들을 관찰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 방법을 제안하며 2021년 터너상 후보에 올랐다.
인공지능과 드론으로 갯벌을 연구하다 / 구본주 박사
4차 산업 혁명기술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 기술과 드론 기술을 이용하여 지금껏 한계로 인식되었던 갯벌의 생물과 환경정보를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최신기술을 소개한다. 이 기술은 세계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있다.
구본주는 1967년에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해양과학과에서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해양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구 한국해양연구소)에 입사하여 현재는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해양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갯벌 생태를 연구했으며, 저서로는 『갯벌생물의 집, 서식굴』, 『시화호 생태계』, 『갯벌, 인공지능과 드론으로 연구하다』 등이 있다.
물과 땅의 소리– Glór Uisce agus / 마르쿠스 메더 사운드 아티스트, 환경학자
마르쿠스 메더는 아일랜드 웨스트 코크 해안에서 2년간 "Imeall an Chosta"와 "물과 땅의 소리 - 글로르 우이스 아구스 탈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해안 생태계에서 물과 육지의 생물 다양성을 청각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예술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프로젝트 모두 기후 변화가 해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 변화로 인해 걸프 해류가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예: 생물 다양성 붕괴, 기상 체계 변화)를 다룬다.
마르쿠스 메더(Marcus Maeder)는 전자 음악의 예술가, 연구원, 그리고 작곡가이다. 작곡가로서 그는 사운드 아트, 음향 생태학, 예술적인 연구,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의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글을 썼다. 마에더는 루체른 응용과학대학교(HSLU)에서 순수예술을, 하겐에 있는 페른 대학(Fern Universität)에서 철학을, ETH 취리히에서 환경시스템과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베를린 자유 대학(Freie Universitsität Berlin)의 훔볼트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유동적인 토양: 바덴해 경관 공동 설계 / 라우라 치프리아니 교수
간조대 갯벌, 협곡, 염습지로 구성된 독특한 "유동성 토양" 경관을 보여주는 바덴해는 영구성과 변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힘 사이에 존재한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를 아우르는 뛰어난 환경적 가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바덴해의 영토와 사람들의 미래는 가스 추출로 인한 침강, 토양 침식, 염수 침투, 농업 오염을 포함한 환경 문제와 경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역 시나리오 작성과 지역 설계 프로젝트 작업을 바탕으로 한 이 발표는 바덴해와 그 내륙 지역을 재구성함으로써 토양과 물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원동력으로 제안한다.
라우라 치프리아니(Laura Cipriani)는 델프트 공과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로, 현재 '물과 토양'의 물질성에서 출발해 공동 설계 접근 방식을 통한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베니스 루아브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하버드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 연구로 석사 학위를, 베니스 루아브 대학교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니스 루아브 대학교, 밀라노 공과대학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등에서 가르쳤으며, 2008년에는 조경 및 도시 설계 회사인 수퍼랜드스케이프(Superlandscape)를 설립했다. 최근 “(Co)Designing Hope: Aqueous Landscapes in Transition” (2024)과 “Fluid Soils: (Co)Designing for the Wadden Sea Landscapes” (2024)를 출간하였다.
바다와 육지 사이: 시간의 경계를 오가다 / 정소영 미디어 아티스트
육지와 바다 사이에 놓인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경계를 자연과학의 법칙과 물질의 시간성을 통해 접근하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 물질 간의 시차에 대한 감각을 탐구한 작업을 소개한다. 인간이 점유하는 땅의 시간성과 바다 속까지 이어지는 경계를 둘러싼 지정학적 관계에 대한 연구를 공유한다.
정소영은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설치, 조각, 비디오, 공공적 개입 등의 활동을 통해서 조각 매체의 범주를 확장하고 실험해왔다. 지질학을 기반으로 장소에 담긴 시간성의 층위를 드러내며 지정학적 경계에 놓인 역사의 장소 안에서 물질의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김금화 독립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김금화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로, 베를린 공과대학교(Technische Universität zu Berlin)에서 미술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포스트-인류세적 대안과 탈식민주의적 성찰을 주제로, 예술, 학문, 기술이 융합된 다원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현재 그녀는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 갯벌랩의 일원으로, 베를린 상원시 문화국의 장학금을 받아 유럽의 와든해(Wadden Sea)와 한국의 갯벌을 재발견하는 예술적 실천과 큐레이터적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기획한 전시로, 'Terrestrial Assemblage' (Floating University, Berlin), 'Moss-이끼' (현대자동차 제로원), ‘'조상에게 말하다, Speaking to Ancestors', '김수자 - 보따리를 펼치며(Kimsooja - (Un)Folding Bottari)' 등이 있다.
김정화 교수
김정화는 미국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 건축대학의 조경 전공 조교수이다. 주로 환경 인문학에 뿌리를 두고 19~20세기 정원과 공원을 중심으로 일어난 한국과 주변국가 간 식물, 아이디어, 제도, 기술의 국제적 교류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도시경관연구회 보라의 일원으로서 조경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힘쓰고 있으며,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 갯벌랩에서 예술, 기술, 건축, 조경 관점을 통해 갯벌 경관의 혼종성과 역동성을 탐구하고 있다. 에든버러대학교 고등인문연구소(2018-2019)와 막스플랑크 예술사연구소 4A_Lab(2021-2022)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토머스 제퍼슨 연구소, 필라델피아 도서관조합, 현대자동차 제로원 등, 여러 연구소와 기관으로부터 연구 지원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조경학을 전공했고, 2017년 <한국 식물원의 기원과 진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엔디자인펌, 조경설계 서안 등에서 조경설계 실무를 했고, 가천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갯벌랩
갯벌랩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선주, 사운드 아티스트 김익명, 큐레이터/미술사학자 김금화, 조경사학자 김정화 교수, 큐레이터/연구자 마예니로 구성된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이다. 한국의 갯벌이 지닌 하이브리드성, 탄력성, 역동성에 주목하여 예술, 기술, 인문, 건축, 생태, 도시/조경 등 다학제적 관점에서 연구와 창작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2023년 만아츠만액츠가 주최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에 참여해 다학제 세미나와 레지던시, 전시를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