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와 유산: 동시대 유산을 수집하는 컬렉터의 역할과 공유의 가능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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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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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x경기창작캠퍼스_<미팅앤토크 2024>_컬렉터편
ㅇ 진행 및 편집 : 이경민(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
ㅇ 참여 패널 : 류지혜, 빈집, 이준혁, 한영선
Q. 컬렉션을 지속해 오면 개인의 취향을 넘어 컬렉션의 규모와 종류가 늘어나고 컬렉션의 방향성과 향후 공유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생길 것이다. 개인으로서 동시대 문화유산인 작품을 소장하며 보관과 보존, 그리고 상속이나 기증, 재단 설립이나 컬렉션 공간 운영, 전시, 출판 등을 통해 개인 소장을 너머 소장품의 공유 방식에 대해 고민과 계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빈집 | 개별 작품이 한 점 한 점 모두 의미가 있기에 컬렉션의 방향성은 크게 고려하지는 않는다. 2021년 컬렉션 전시를 개최했는데, 다시 컬렉션 전시를 한다면 어떤 작업을 보여줄지 막연하게나마 상상해 보곤 한다.
2021년 에이라운지에서 개최한 빈집 컬렉터의 컬렉션 전시 전경. 사진제공. 빈집
류지혜 | 2024년 10월 사진을 다루는 T3 도쿄 사진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빈티지 사진임에도 보존 상태가 꽤 좋았고 사진 작업의 깊이에 놀랐다. 반면 컬렉터 층은 적은데 사진 컬렉션은 일본도 역시 쉽지 않구나 싶었다. 도쿄도 현대미술관에서 개최 중이던 다카하시 류타로의 컬렉션 전시를 봤는데 일본 현대작품만 3,500점 이상을 소장한 정신과 의사 컬렉터이다. 전후 및 동시대 일본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작품 수만큼이나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대출을 받아 작품을 구매할 정도로 작품에 진심인 컬렉터다. 작품 관련 자료를 보면서 컬렉터로서의 소명 의식이 느껴졌다. 나를 비롯해 컬렉터 대부분이 미술을 좋아하면서 컬렉팅을 시작하고 이어가면서 컬렉션의 흐름이 갖추어지고 소명 의식도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전시를 보고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꼈다. 저마다 다른 취향과 방식 방향이 있으니 나는 나의 방식대로 컬렉팅을 이어가고자 한다.
한영선 | 국내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장하다 보니 한국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라는 넓은 판에서 어떤 위치를 점유하는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가급적 작품에 맞는 박스를 제작해 수납용 선반에 보관해 왔는데, 컬렉션이 늘어나면서 이 작품들을 혼자 가지고 보는 데에 대해 고민해 왔다. 작품뿐 아니라 도록과 리플렛 등 작가 관련 자료까지 늘어난다. 그렇다고 작품을 경매에 위탁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느껴 쉽지 않다. 경매 외에는 개인이 작품을 다시 판매할 수 있는 마켓도 활성화되지 않기도 하다. 많은 작품을 어떻게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활성화하는 방식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잠시 멈칫한 작가들도 다시 소환되고 회자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초보 컬렉터나 작품을 가까이 두고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대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수진, (2021). 한영선 컬렉터의 소장품. 사진제공. 한영선
류지혜 | 미술품 대여를 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순환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어서 아는 분을 통해 보험비용 정도의 대여비로 다른 컬렉터의 작품을 대여받아 보기도 했고 서너 작품을 대여해 주기도 했다. 소장품을 상속하는 문제는 아직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가족이 작품을 상속받기 원치 않는다면 기관이나 단체, 학교 등에도 기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작품이란 소유권은 나에게 있지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라고 생각하기에 부산 컬렉션 공간을 기회가 되면 항상 공유하려고 한다. 부산 예술계가 더욱 발전하면 좋겠고, 여러 사람이 의견을 공유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 공간을 보고 용기나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컬렉팅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었다. 꼭 블루칩 작가의 고가 작품이 아니라 동시대 작가의 다양한 작품, 판화, NFT, 영상설치, 벽화까지 다양한 컬렉션도 가능하고 각자의 취향과 고집이 모두 존중받으면 좋겠다. 컬렉터와 갤러리의 급을 나누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선한 다양한 사례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2024년 컬렉터들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 에 참여한 류지혜 컬렉터의 컬렉션 전시 장면. 사진제공. 류지혜
한영선 | 아직 재단을 설립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기증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작품 기증의 사례도 국한적이고 개인이 참여할 플랫폼이나 시장도 부족해 작품의 생명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활동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한편 건강한 2차 시장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유찰된 작품도 정보를 공개했지만, 이제는 유찰 기록도 삭제하니 과연 옳은 행태인가도 고민하지만, 개인 컬렉터로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 아쉽다.
소장작품들은 우리보다 더 오래 영속할 텐데, 자녀들이 우리만큼 작품을 사랑하고 가치를 평가해 줄지도 고민된다.
<미팅앤토크> 진행 장면. 사진제공. 이경민
이준혁 | 상속이나 증여 등은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다. 할아버지는 고서화를, 아버지는 사진을 좋아하셨다. 내가 미술을 좋아함에도 두 분의 컬렉션 취향은 나와는 다르고, 당시 미술시장과 현재 미술시장도 다르다. 결국 나는 내 소장품이 소중하지만, 내 자녀들이나 후손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작품은 개인 취향도, 시대의 정신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속세 물납제도의 첫 사례가 2024년 10월에 나온 만큼, 이러한 제도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후손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거나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은 미술관에 소장되고, 후손이 상속세를 작품으로 물납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도 있다. 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자신들의 컬렉션에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이 영속적인 컬렉션이 아닐지 생각했다. 드 라 크루즈 컬렉션(De la Cruz Collection)을 설립한 로사 드 라 크루즈(Rosa de La Cruz)가 2024년 초 세상을 떠나며 경매에 출품된 그녀의 컬렉션이 대부분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것을 보면서 상속세 물납제도와 가치 평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이를 통해 미술 생태계가 건전하게 자리를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빈집 | 특정 작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작가 다음으로는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가 아닐까. 전부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작품에 대한 컬렉터들의 기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구술 기록이 중요한 사료가 되듯 컬렉터가 자신의 소장품에 대해 남기는 다양한 층위의 기록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한 작품에 대해 오롯이 1분 동안 이야기하는 ‘1분 미술’이라는 기록 콘텐츠를 쇼츠로 만들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컬렉션에 대한 계획 중 하나로는 언젠가 책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컬렉션 전시를 할 때도 주요 소장품을 선택해 보여주는 것은 스스로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어떤 식으로든 작품을 엮고 연결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당시 관심 리스트를 만들어 작가를 1:1로 매칭해 관객이 내 컬렉션을 볼 때 짝을 이룬 작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기를 바랐고, 컬렉션의 기쁨 같은 감정보다 미술을 통해 연결고리나 이야기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이렇게 전시와 쇼츠, 그리고 SNS라는 기록을 경험하면서 책이라는 기록을 구상해 봤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어머니가 대한민국 아파트에서 가장 화초를 많이 키우실 거라고 자부하는데, 오랫동안 키워온 화초에 대한 기록을 먼저 책으로 남기고 싶다. 어머니와 화초에 대한 기록을 작품 사진처럼 화초 사진과 함께, 전시 기획처럼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 나의 컬렉션 관련 책 역시 그렇게 잘 연결해 기록해야 작가가 만든 의미가 사라지지 않고 온전히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획해 본다.
그리고 요즘 인기 있는 취향샵 같은 콘셉트로 작품, 물건, 요리 등 모든 것이 나름의 가치를 지닌 취향샵을 팝업으로 지인들과 돌아가며 열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준혁 | 교양 수업으로 미대 수업을 많이 청강했는데, 수업 중 한 작고 작가님의 사모님을 만나 작업도 보고 이야기도 들었는데, 교수님이 부인분께 작업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작업을 다 끌어안고 있지 말고 시장이든 전시든 공개해야 작가가 작품을 통해 생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이 와닿았다. 그래서 소장품을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해 왔다. 이번 생에 미술관을 세운다는 생각을 제대로 해보진 않았지만 롤모델은 있다. 일신방직 사옥에 전시된 작품은 미술관이라고 해도 될 만큼 좋은 작품이 많다.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들어가서 보는데, 내 여건에서는 가장 따를만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대구에서 운영하셨던 회사의 사옥에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해 보고 싶다. 고향인 대구에는 기업 사옥에 작품이 전시된 경우가 별로 없기에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들어가서 볼만한 공간 말이다. 그 이후에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개인 컬렉션이 아닌 기업 컬렉션을 운영해 보고 싶다. 지금은 이에 대한 연습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리 프루보스트(Laure Prouvost)의 회화와 알리시아 크바데(Alicja Kwade)의 모빌,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조각이 전시된 이준혁 컬렉터의 공간 전경. 사진제공. 이준혁
한영선 | 아직은 컬렉션 전시를 공개할 용기가 부족하다. 컬렉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보는 것이기에, 작품을 소장한 작가나 관심 있는 작가의 전시, 그리고 좋아하는 공간의 전시는 가능하면 무조건 찾는다. 컬렉터로서 기다리고 보고 지지하는 게 최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본 후엔 SNS에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는데,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개인적인 감상은 적지 않고 전시 글이나 작가 노트 등을 간단히 정리해 올린다. 다른 이들에게 선입견을 갖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작가와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사, 플랫폼 등 미술시장 주체 또는 기관이 간과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소견과 기관의 정책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빈집 | 현실적인 방안 두 가지가 떠올랐다. 우선 갤러리에서 작품을 카드로 결제할 때 무이자 할부가 되지 않는다. 카드사가 다양한 마케팅을 하는데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무이자 할부 마케팅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개인 컬렉터로서 작가들을 위한 느슨한 지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작가를 위한 제도도 고민해봤는데, 기업이나 기관이 작가들을 위해 수장고를 제공하는 방안도 떠올랐다. 작가들은 대부분 필연적으로 작업을 이고 지고 다니는데 물류 창고 등을 작품 보관 수장고로 일부 할애하면 어떨까. 물론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을 갖춰야 하고 화재나 수해, 분실 등의 우려는 있지만 말이다. 개별적으로 갖추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환경을 갖춘 기업의 물류 시스템을 일부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영선 | 컬렉터를 위한 소양 교육이라고 할까, 기본적인 것부터 다루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 진입하는 컬렉터분들을 보면 무척이나 반갑지만, 구세대와 달리 작가나 작품, 전시를 우르르 몰려 갔다가 떠나는 등 성급한 트렌드를 지나치게 따르는 것 같다. 최근 겪었던 일로, 아트페어에서 다짜고짜 작품이 내년에 당장 얼마까지 오를지 구체적인 수치까지 물어보는 상황을 봤다.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경우는 우려스럽기도 하다. 컬렉터와 작품/작가와는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한 걱정일 수도 있겠으나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 뷰잉으로만 전시를 보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소규모 틈새 아트페어가 증가하면서 피로감을 느꼈고, 지나친 상업화와 폐쇄적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미팅앤토크> 진행 장면. 사진제공. 이경민
빈집 |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교육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차원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미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은 교육의 차원에서 아카이빙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인프라를 지닌 곳이기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세분화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미술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과정, 마케팅 측면에서 미술관의 자료를 알리는 방식 등 말이다. 최근에는 미술관에서 제작한 원로 작가들의 긴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익히 아는 분들이지만 그들의 생전에 구술로 기록한 자료를 통해 구술 기록이 굉장히 중요한 아카이브 자료라고 느꼈다.
한영선 | 전략적인 외국 갤러리들이 진출하면서 한국 주요 미술관에서도 외국 작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이는 초보 컬렉터의 흔한 실수를 방지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외국 갤러리에서 한국 작가도 적극적으로 제대로 조명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연구해서 제대로 전시를 기획하고 보여주면 좋겠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늘었지만, 국내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영문 자료도 부족하다. 기관이 나서서 지속적으로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
류지혜 | 외국에서 한국전시를 하고 싶어도, 갑자기 대규모 전시를 한다 한들 한국 미술사와 미술계, 역사·문화·사회 등 토양을 깔아 놓지 않는 이상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수 세기 가까이 일본 작가들에 관해 연구하고 보존하고 발전하고 발표하고 교육하면서 기반을 마련한 상태에서 일본 미술과 작가를 알리기에 설득력을 지닌다. 학제와 마켓이 잘 협력하여 좋은 한국예술 텃밭을 길러주기를 바란다.
이준혁 | 자본이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곳은 없을 거다. 외국 유수의 미술관도 위원회(committee) 회원들이 그 미술관의 컬렉션과 전시의 방향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자본이 없다면 미술관의 운영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본과 경제력을 지닌 이들이 어떤 소양과 사명감을 지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한국 역시 미술을 후원하는 자본이 올바른 의식을 지니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주의할 지점이 있다면?
이준혁 | 안민가의 '군다이 신다이 민다이’처럼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결국 미술계 역시 작가, 갤러리, 컬렉터 모두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존중해야 할 것 같다. 컬렉터가 작가와 가깝다고 소속 갤러리를 무시하고 직접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는데, 장기적으로 부작용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갤러리들은 호황기에 작품 가격을 무리해서 올리고 불황기에 그 가격에 판매되지 않으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모두 정도를 지키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영선 | 한마디로 서로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다른 하나는 오래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성과가 없거나 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등 돌리지 않고 지지하고 기다리는 것은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 모두가 갖추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기여하고, 공헌하고, 돌려주는 삶!"이라는 표현으로 결론짓고 싶다.
빈집 | 작가와 갤러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컬렉터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작가가 있어야지 컬렉터도 있고 갤러리도 있고 미술관도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작가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역할 정도가 아닐까.
류지혜 | 10년 전쯤 발견하고 바로 구매했던 작품이 있다. 그런데 그 작가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 작업을 멈췄다고 생각했다. 컬렉팅할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이 이런 점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큰 갤러리에 소속되고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를 다시 만나 대화하던 중 그 작품이 판매돼서 계속 작업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해서 감격스러웠다. 좋은 작품을 구매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고 기다리는 것이 컬렉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가며
<미팅앤토크> 컬렉터편에 참여한 컬렉터들은 모두 전시 공간이나 전시 오프닝과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아트페어와 오픈 스튜디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이들이다. 퇴근 후나 업무 중 전시를 찾고 동시대 미술 현장을 목격해 온 이들은 서로의 계획과 고민을 궁금해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공유하기 위해 직접 컬렉션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향후 공간을 계획하거나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판을 염두에 두거나 대여와 기증 등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고 후대와 연결되기를 바랐다. 이들이 수집한 동시대의 문화유산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와 미래를 이어갈 것이다.
경기창작캠퍼스에서는 지난 2024년 비입주형 레지던시 교류 프로그램으로 미팅룸과 <미팅앤토크>를 진행하였다.
본 연재는 미팅룸에서 진행한 <미팅앤토크>의 기획 연재 시리즈이다.
필자 이경민은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과 미술산업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해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하며, 관련 심사와 평가,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