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협업, 소통: 작가와 작품보존, 아카이브의 연결고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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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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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경기창작캠퍼스_<미팅앤토크 2024>_작품보존편
ㅇ 진행 및 편집 : 조자현(미팅룸 작품보존 연구팀 디렉터)
ㅇ 보조 진행 : 지가은(미팅룸 아트아카이브 연구팀 디렉터)
ㅇ 참여 패널 : 양서윤(서울시립미술관 미술아카이브과 학예연구사)
유난이(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 실장)
임정은(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 책임연구원)
시작하며
작가, 아카이브 수집 그리고 작품보존의 연결성에 대해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교집합을 가시화하는 움직임은 찾기 힘들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으로 지난 10월, 제나미술품보존연구소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미팅룸과 협력하여 작가와 미술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작품 보존 워크숍이 기반 된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강연은 주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록, 상태조사서 쓰기, 재료와 기법의 올바른 표기 등 작가가 생산할 수 있는 기록물과 동시에 중요한 아카이브가 되는 주제로 살펴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미팅앤토크> 작품보존편은 차기 단계를 도모하기 위해 국내 주요 미술관의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다음 단계를 나아가자는 취지이다. 작품보존과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환경, 협업, 소통을 위한 연결고리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미팅룸 사무실에서 진행된 <미팅앤토크> 전경, 왼쪽부터 유난이, 임정은, 양서윤, 조자현.
사진제공. 미팅룸
Q.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에서 아키비스트로서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양서윤 |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입사하여 약 2년 정도 소장품의 기록을 수집·정비하는 소장품 정보 연구 업무를 하였고, 2015년부터 2024년경까지 과천 미술연구센터에서 박현기, 강국진, 공성훈, 최욱경 컬렉션 외 다수 작가 컬렉션의 구축부터 활용까지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2022년경부터는 미디어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시작하여,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주요 미디어 작가들의 기록 수집하고 구축하는 데 주력하였다. 근래에는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로 이직하게 되었고 주요 업무로는 기증, 매입 의사가 있는 작가 또는 기증자의 예술 자료 수집부터 해당 기록의 정리, 기술, 디지털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출판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임정은 | 2006년경 인턴으로 입사하여 미술자료실 당시 ‘한국미술 기록보존연구소’ 수석연구원이었던 김철효 하에 ‘구술사 원로작가 프로젝트’를 시작, 보조와 이후 수집된 자료 정리, 등록하는 업무를 진행하다 프로젝트 사업이 종료되고 현재 그동안 수집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디지털화 작업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하고 리움 내의 학예사와 연구자들을 위한 도록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다. 근래에는 리움과 호암 미술관의 역사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미술관 기록’을 정리하고 기증 작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아카이브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미술이기로’을 통합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올해부터 소장자료의 목록을 리움 홈페이지의 아카이브 카테고리를 통해 검색할 수 있다. 저작권의 이슈로 목록만 공개되었고 사전 예약하여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조자현 | 학창 시절 미술사학도를 꿈꾸며 ‘한국미술 기록보존연구소’에서 잠깐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이르기까지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작품보존가로 종사하며 당시 경험들이 큰 자양분이 되었는데 삼성문화재단의 ‘한국미술 기록보존연구소’는 어떠한 취지로 설립되었는가?
임정은 | 1999년 삼성문화재단이 설립한 국내 최초 미술 전문 아카이브인 ‘한국미술 기록보존연구소’의 시작점은 당시 호암 미술관의 근, 현대 소장품의 연구 목적으로 관련된 도서들을 수집하다 보니 작가의 같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제목, 재료와 기법들이 도록마다 다르게 제각각 표기되어 있음에 문제점을 제기하여 당시 김철효 선생님이 재검토하여 정리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하였다. 당시 9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작가들을 직접 방문하고 녹음을 기반한 작가의 구술 채록과 기록이 시작되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캠코더로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 당시 박사 과정에 있는 근, 현대 연구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동안 100명이 넘는 작가들을 인터뷰했지만 ‘구술사 원로작가 프로젝트 인터뷰 구술 녹취 문집’은 약 44명 정도이다.
Q. 각 미술관 내에서 보존 전문가와 아키비스트의 협업과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유난이 | 작품을 보존하는 데 있어 아카이브의 활용이 필수적인데 작품 보존가, 아키비스트와 관리자 간의 유기적인 공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동안은 주요 자료에 대한 공유가 시스템적으로 다소 어려웠지만 근래에 아카이브 데이터베이스 서비스가 통합되어 오픈하면서 발전적인 관계를 희망한다. 이를 계기로 부서 간의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한편 보존 처리를 위해 또는 예방보존의 차원에서 보존연구실이 주도적으로 작가를 만나 재료와 기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왔다. 근래에는 리움의 소장품연구실 큐레이터와 함께 협업하려고 하는 편이다. 큐레이터와 한 팀으로 작가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폭넓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아키비스트도 함께 협력하여 다각적으로 작가를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고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양서윤 |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소장품 정보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매해 신소장품을 대상으로 문헌 기초 조사, 작가 인터뷰, 작품의 실견을 통해 소장품 반입 당시의 정보를 기록하고 재정비한다. 특히 작품을 실사하고 상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입 당시 기록은 작품보존팀과 함께 진행한다. 그러나 주로 작품보존팀의 개입은 작품 수집 단계의 이전에 이루어지기보다는 작품 수집 절차 완료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장품 기록 외 아카이브 컬렉션 구축 과정에서도 훼손된 자료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보존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 중, 최근 정리 중인 최욱경 컬렉션의 훼손된 기록을 보존 전문가가 보존,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공개된 적 없는 최욱경의 초기작 50여 점이 발굴되기도 했다.
Q. 위의 질문과 관련하여 작품의 컨디션을 소장품 구입 전 먼저 확인하고 물성의 노화를 예측할 수 있는 보존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소장품을 구입할 때 관내의 작품보존팀과 협의 아래에 소장품을 구입하는 편인가?
유난이 | 주로 구입이 결정된 후 작품이 입고되면 그 시점에서 상태조사를 시행하고 연구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설치작품 구입이 많아지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작품설치, 예방보존의 차원에서 협조하는 편이다.
양서윤 | 국립현대미술관도 작품을 구입할 때 일반적으로 전시과와 소장품관리과 등 학예 연구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편이다. 소장품 구입의 경우 그런 사례가 미비하나, 특정 기증 사례의 경우 미술사적 가치는 있지만 작품의 상태가 열악한 상황도 있어 수집 결정 이전에 작품보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함께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한다.
지가은 |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 간의 상생적인 협업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다른 여러 기관 실무자분과의 대화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느꼈다. 작품의 수집과 보존, 아카이브 간의 연결고리에 대해 항상 인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카이브와 작품 보존의 교집합을 가시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인식 자체가 부족한 현실이다. 주요 기관의 소장품 수집 과정에서 각 부서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심사와 평가 단계에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부서 간 협력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자현 | 영국의 테이트 미술관의 경우, 작품구입이나 기증받을 컬렉션을 시작 단계부터 협의하는 과정에서 작품보존팀도 학예연구팀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수집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컬렉션의 관리를 위해 작품의 상태와 재료의 물성에 대한 이해를 선행적으로 연구하여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부 계속)
경기창작캠퍼스에서는 지난 2024년 비입주형 레지던시 교류 프로그램으로 미팅룸과 <미팅앤토크>를 진행하였다.
본 연재는 미팅룸에서 진행한 <미팅앤토크>의 기획 연재 시리즈이다.
필자 조자현은 작품을 보존, 연구하는 제나아트컨서베이션의 대표이자 미팅룸 작품보존 연구팀 디렉터이다. 국내에서 예술학과, 영국에서 회화보존과를 석사 졸업했고, 런던의 테이트에서 연수했다. 현재 작품보존에 기반하여 상태조사 및 꾸리어링, 예방보존 컨설팅, 연재, 특강 등을 진행중이며 작품보존 분야의 올바른 인식을 알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다수의 국내작가를 포함하여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알렉스 카츠(Alex Katz), 줄리언 오피(Julian Opie), 싸이 톰블리(Cy Twombly),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보존을 각 분야의 작품보존가들과 협업하여 테일러메이드로 진행하고 있다.